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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보존을 위한 새로운 발견, 캔과 캔따개

by K-hop 2023. 5. 26.

아래 글은 통조림 용기나 음료수 용기로 사용되고 있는 캔과 캔 따개에 대한 발명의 역사를 다룬 글로서 도서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헨리페트로스키 저>에서 발췌해 온 내용이다.

 

 

 

 

1. 원문

 

1795년 음식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존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1만 2,000프랑의 현상금을 주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14년 동안 현상금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파리에 사는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가 조리된 과일, 채소, 고기를 병에 넣은 후 끓는 물에 충분히 오랫동안 담가두는 식으로, 이전에 실패의 원인이었던 박테리아를 죽이고 음식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다. 그는 1810년에 논문 <저장술>에서 그러한 방식을 제시했고, 순식간에 영어를 포함한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밀폐력은 좋았으나 병에 깨지기가 쉬웠다. 이 점은 군인들이 격전을 벌이는 전장이나 탐험가들이 헤쳐나가는 험난한 지역까지 보존식품을 가져가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1810년에 런던 상인 피터 듀란트(Peter Durand)는 보존식품 용기로 '양철깡통'을 도입해 이러한 결함을 없앴다. 돈킨앤드홀(Donkin and Hall)이라는 회사가 런던에 '식품저장소'를 세우고, 새롭게 주석으로 도금한 단철 캔을 만들어냈다. 영국 군인에 가정식을 공급할 훌륭한 수단으로서 사업전망도 밝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초기에는 음식이 썩지 않도록 잘 보존하는 목표(기능)에만 너무 많은 노력을 집중했기 때문에, 캔에서 음식을 쉽게 꺼내 먹는 방법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인공물은 대부분 보조할 인공물을 개발해 보완하는 것이 상례이다.

 

보존식품과 연관된 복잡한 문제야말로 발명가들이 부딪쳐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사안이었다. 필요할 때 마음대로(대장간까지 나가 캔을 열지 않고도) 보존된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양철캔의 궁극적인 기능이었다. 그런데도 초기에는 음식을 잘 보존하겠다는 목표에만 지나치게 매달렸고, 군인들은 캔에 든 식량을 먹기 위해 총검을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소총을 쏘아 캔을 열어야만 했다. 반세기 후에 일어난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도 군인들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돈킨앤드홀사는 제품을 더 많은 고객에게 팔려면 반드시 캔 안의 음식을 쉽게 꺼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 문제에 역점을 두어야 했다. 그럼에도 1824년 북극탐험에 나선 탐험가 윌리엄 에드워드 패리(William Edward Parry)의 북극탐험대 대원이 가져간 구운 송아지고기가 들어 있는 그 회사의 캔에는 '끌과 망치로 캔의 위쪽을 삥 둘러 잘라내야 한다'는 설명만이 적혀 있었다.

 

1830년에 이르러 영국의 상점에서는 캔 식품을 일반 대중에게 팔기 시작했다. 1920년대 초 미국에서 최초로 통조림 공장을 설립한 영국인 윌리엄 언더우드(William Underwood)가 캔을 열기 위해 집 안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 임시로 사용해 수단껏 열라고 권한 것은 분명 동시대를 살던 사람들을 대변한 발언이었다.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한동안은 특화된 공구가 나타날 기미기 보이지 않았다. 한편 두꺼운 철판으로 만든 초기의 캔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식물보다 더 무거운 경우도 있었다. 북극에 가져간 송아지고기 통조림의 무게는 속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도 450그램이 넘었으며 두께도 5밀리미터나 되었다. 그래서 탐험대처럼 멀리까지 통조림을 가져갈 필요가 없는 사용자용으로, 망치와 끌 대신 통조림을 여는 수단이 곧 개발되었다. 최초의 캔따개는 상점 점원이 통조림을 팔면서 직접 하나씩 따주어야 할 정도로 정교함이 필요했을 것이다.

 

초기의 캔은 음식을 보존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거운 무게가 단점이었다. 직접적으로는 높은 생산 비용이 원인이었으며 음식을 꺼내 먹기도 어려웠다. 상점 점원이 일일이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음식을 바로바로 먹어 치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음식을 식료품 저장실에 넣어두고 보존하는 이점이 사라졌다. 캔이 안고 있는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몇몇 발명가는 캔을 더 얇고 가벼우며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반면에 또 다른 발명가들은 캔을 열 특수한 도구를 개발하는 문제에 매달렸다. 1850년대 후반에 철보다 더 강한 강철이 나오자 캔을 더 얇게 만들 수 있었다. 또 더 가벼운 재료가 지닌 지나친 유연성을 보강하기 위해 테두리를 도입했다. 이 테두리는 전에 캔의 튼튼한 옆구리에 겹쳐놓았던 위 뚜껑과 밑바닥을 붙이는 데도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강철캔을 보면, 종이 라벨 밑에 물결 모양의 골을 만들어 유통 과정에서 얇은 부분이 움푹 들어가지 않도록 추가로 보강했다.

 

1858년 코네티컷주 워터베리에 사는 에즈라 워너(Ezra Warner)는 캔따개로 획기적인 특허를 따냈다. 일상용품의 기원을 공부하는 한 학생이 '일부는 총검, 일부는 낫'처럼 생겼다고 묘사한, 이 굽어 있는 커다란 날은 캔의 바깥둘레를 돌면서 힘으로 눌러 뚜껑을 절단하도록 고안되었다. 선후배 발명가들처럼, 워너도 자신이 고안한 형태를 지킬 목적으로 앞서 나온 물건의 형태와 비교해 기존 물건의 명백한 결함을 슬며시 드러냈다.

 

기존의 다른 기구에 비해 내가 개선해 만든 물건은 부드럽고 빠르게 절단할 수 있으며, 어린아이도 쉽고 위험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만일 곡선 절단기가 고장 나면, 다른 부분은 손댈 필요 없이 그것만 쉽게 빼내 바꿔 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타격을 가해 구멍을 뚫는 다른 모든 방식에서는 캔 안에 있던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가 힘들지만, 이 방식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러한 도구는 남북전쟁 중에도 있었지만, 군인이나 가정주부 모두 과거의 방식에 오랫동안 길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특화된 따개를 사용하려 들지 않았다. 1885년에야 영국 육해군협동조합이 빅토리아 시대의 도구와 상품을 총괄해 만든 카탈로그를 내놓으면서 최초로 캔따개를 소개했다. 이 카탈로그는 1907년 캔을 따는 도구로 '황소머리'라고 불리던 나이프를 포함한 몇 가지 '나이프'를 소개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을 최초의 대중적인 가정용 캔따개로 여긴다. 황소머리 따개의 손잡이는 붉은색이었고 캔을 따는 날 쪽은 황소머리를 닮아 있었다. 손잡이 쪽 끝은 황소꼬리처럼 점잖게 고리 모양으로 감아 우아한 손잡이 모양을 이루었다. 황소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에 달린 나사에는 'L'자 모양의 날이 붙어 있는데, 이것이 동물의 턱 모양을 이루면서 실제로 캔을 절단하는 따개 역할을 했다. 대체로 이런 부류의 따개들이 실제로 그렇듯이 'L'자 형 날은 쐐기와 지렛대의 원리로 작동되었다. 황소의 양 어깨뼈 사이로 튀어나온 다른 날은 캔을 따는 첫 단계로 뚜껑을 뚫을 때 사용되었다. 긴 절단용 날을 사용하면 끝이 휘거나 부서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구식 캔따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도구의 단점을 알고 있었다. 캔을 딸 때 도구의 움직임이 이어지지 않고 중간중간 끊기며, 뚜껑을 잘라낸 후에 남는 까칠까칠한 경계에 자주 손가락을 베이기도 했다. 보다 더 연속적이고 부드럽게 캔을 딸 수 있도록 바퀴를 단 최초의 따개는 1870년에 코네티컷주 웨스트 메리덴 출신의 윌리엄 라이먼(William Lyman)이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개의 한쪽 끝은 캔의 뚜껑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가고, 그것을 중심축으로 따개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절단하는 바퀴를 돌릴 수 있었다. 이 도구는 캔의 규격에 따라 매번 조정해야 했는데, 얼마나 정확하게 구멍을 뚫느냐에 따라 효율성이 크게 달라졌다.

 

1925년 더욱 편리한 따개가 특허를 받았다. 한가운데를 찌른 후 캔의 테두리를 돌면서 뚜껑을 따는 방식이었는데, 톱니 모양의 바퀴를 도입해 미끄러지는 현상을 개선했다. 1928~1929년 판 시어즈와 로벅 백화점 카탈로그가 '심플렉스(Simplex)'라고 불리는 '최신 캔따개'를 소개했다. 톱니로 된 무는 바퀴와 절단하는 바퀴를 달아 캔의 옆면을 돌면서 테두리까지 포함한 '뚜껑 전체'를 따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물론 엄청나게 다양한 캔따개들이 시중에 나오는데 저마다 나름대로 결함, 문제점, 불편한 점, 사소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들이 있다. 손잡이를 꼭 쥐고 손목을 비틀어 움직여야 하는 캔따개로 커다란 캔을 따려면 지치기 마련이고, 돌리는 바퀴가 캔을 꽉 물지 못하고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또 전기 캔따개는 다소 덩치가 크고 분해하기도 힘들어 청소가 어렵다. 처음 양철캔이 나오고 두 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캔을 따고 내용물을 꺼내는 보조도구라고 부를 만한 장치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발명가들은 새로운 따개를 만들어 계속 특허를 따낼 것이다. 한편으로는 따개를 사용할 필요 없이 한 번에 뚜껑을 잡아당겨 여는 방식이 점점 더 많이 도입되고 있다. 과연 더 나은 캔따개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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