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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이해하기

by K-hop 2023. 5. 12.

아래에서는 보조금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글을 가져온 것이다. 해당 글은 '보조금 제도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캐스트에 실린 글이다.

 

 

 

1. 원문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가보면 흥미로운 풍경 하나를 볼 수 있다. 식사 값을 지불하기 위해 현금이나 카드 이외의 무언가를 제시하는 모습이다. 형태와 색깔, 쓰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이를 흔히 '식권'이라 부른다.

 

직원들에게 점심 값을 지원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직원들 월급에 식비를 포함하여 지급한 뒤 직원들이 알아서 점심을 사먹게 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증표인 식권을 나눠준 후, 이를 인근 식당이나 구내식당에 제시하고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방식은 인근 식당가에서 자사의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할 때 통상적인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회사들이 자사가 처한 특수한 상황과 직원들의 선호도에 따라 위의 방법 중 하나를 활용해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당초 구내식당을 통해서 점심 식사를 제공했는데, 직원들이 식권을 사용하는 구내식당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져서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회사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외부에서 주로 식사를 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어기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식권을 이용하는 구내식당으로 변경한 회사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근에 이용할 만한 적당한 식당이 없어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며, 직원들의 선호로 인해 중식 비용을 월급에 포함해서 지급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 회사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다양한 방식으로 점심 값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점심 값 제공 방식이 직원들뿐 아니라 회사에도 서로 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달라진다

 

사실 점심 값 지원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곳은 국가였다. 저소득층에게 식비를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문제를 줄곧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의 경우에는 식비뿐만 아니라 거주비, 의료보건비, 교육비 등에 대한 지원 방식도 고민해서 예산 낭비를 막을 방법이나 지원 대상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법 등을 판단해야만 한다. 이에 국가는 일찍부터 식비 지원과 같은 보조금 제도에 대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

 

일반적으로 보조금 제도는 현금보조, 현물보조, 가격보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현금보조는 말 그대로 돈으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 중에는 직원의 월급에 점심 값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물보조는 현금이 아니라 지원하고자 하는 재화나 서비스 그 자체로 보조해주는 방법이다. 노숙자에게 음식과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현물보조에 해당하며,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식료품 교환권이나 직장인들에게 제공되는 식권 등도 해당 현물을 이용하는 또 다른 방편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현물보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금보조와 현물보조 중 당연히 현금보조를 더 선호한다. 현금으로 받을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생계 지원을 목적으로 현금을 지급했지만, 자신이 원하면 유흥비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물로 받을 경우에는 해당 현물 형태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 중에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에게 현금을 제공할 경우 술이나 마약을 사는 데 보조금이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물로 줄 경우 보조금이 바람직하지 않은 데 사용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원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현물보조가 자신의 당초 의도를 실현하기에 더욱 더 용이한 방식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처럼 현물보조가 현금보조에 비해 당초 기대한 목표를 실현하기에 용이한 상황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원해준 현물을 처분하여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00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있어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 급식소에서 식자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노숙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들도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자 식권을 나눠준 적이 있다. 일반 음식점에 식권을 제출하면 얼마든지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준 것이다. 실제로 1998년 미국 정부가 연간 240억 달러를 투여해 950만 가구에 빈민구제용 식권을 나눠주자, 많은 사람이 이러한 빈민구조용 식권을 싼 값에 처분하고 마약이나 술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현물을 현금으로 바꾼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은 다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식권카드제가 그것이다. 식권카드제는 보조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카드를 나누어주고, 이들이 음식점에서 실제로 음식을 구매할 때만 지급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즉, 다른 용도로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도록 장치를 해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해당 보조금 제도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유도했다.

 

현물보조와 현금보조 제도의 부작용

 

그렇다면 이제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항상 우월한 제도인가? 그렇지 않다. 위의 사례와 같이 현물보조가 내포하고 있는 본연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보다 세련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고 해서, 현금보조에 비해 우월한 방법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보조해주어야 할 개별 대상자들이 각각 무엇을 얼마만큼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따라서 현물로 지원을 하다 보면, 어떤 물건의 경우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 초과 지급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정작 필요한 물건은 적게 보급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금으로 지원할 경우 이러한 문제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각자 주어진 현금으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금이 본연의 목적에 의해 사용될 수만 있다면 지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지원책이라 할 수 있다.

 

회사원의 경우에도 매월 말이면 발급받은 식권이 남아 구내식당에 위치한 편의점 등에서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과자나 음료수로 바꿔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속에서도 현물보조가 내포하고 있는 비효율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으로 인해 굳이 식권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식비를 지원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회사의 경우, 식권 발급을 줄이고 월급에 포함해 점심 값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역시 비효율성을 줄이고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현금보조와 현물보조가 이처럼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이 두 제도 모두가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부작용이 있다. 그것은 특히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제도에서 확인된다. 보조금 제도가 빈곤층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그의 저서에서 실패한 복지프로그램으로 '부양세대 보조 프로그램(AFDC: 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을 꼽았다. AFDC는 부모 중 한 쪽만 있는 가정에 현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1960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된 아주 오래된 복지 프로그램이었다. 부모 중 한 쪽만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으로 인해 장기간 실업자 상태에 놓인 가장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 오히려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않고 가족을 떠나 생활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 경우 가족들의 기초 생계비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 또한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나눠 갖고 사는 사람들도 발생했다. 결국 AFDC 프로그램은 1996년 법규가 개정되면서 수혜 대상자가 평생 동안 5년 이상은 AFDC 프로그램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했다. 즉, 충분한 기간을 줄 테니 그 사이에 자력으로 갱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보조금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제가 빈번히 목격된다. 매달 기초 생계비 차원에서 현금으로 150만 원을 지원받는 수혜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에게는 매달 15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직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취업할 유인이 별로 없다. 오히려 취업으로 인해 지원금이 끊겨 자신의 월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50만 원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생겼다 하더라도 취업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힘들게 직장생활하면서 조금 더 벌기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국가 지원금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보조금의 수위는 점진적으로 감소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수혜자가 1만 원을 더 벌 때마다 보조금 혜택은 3천 원씩 줄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보조금 수혜자가 스스로 자력갱생하고자 하는 의도를 꺾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점진적으로 보조금 수위를 조절하면, 기존의 지원 대상자가 아닌 바로 위에 있던 비지원 대상자들에게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며,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간이 더욱 길어져서 관련 보조금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문출처 : 네이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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